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그 말이 무죄가 되지 않는 이유
최근 세간을 분노하게 만든 태권도장 아동학대 사망 사건에서, 30대 관장 A씨에게 징역 30년형이 선고됐습니다. 그는 5세 아이를 거꾸로 매트에 넣고 방치해 숨지게 했고, 이후 CCTV를 삭제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학대한 건 맞지만, 죽이려던 건 아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때 핵심적으로 등장한 개념이 ‘미필적 고의’입니다.
'미필적 고의', 어렵지 않게 풀어보면?
법적으로 사람을 처벌하기 위해선 고의성이 있어야 합니다. 대부분은 ‘일부러 했다는 뜻 아니야?’라고 생각하지만, 형법은 보다 정교하게 ‘고의’를 분류합니다.
- 명백한 고의(확정적 고의): 죽이겠다고 마음먹고 행동했다.
- 미필적 고의: 이 행동을 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 결과를 감수하고 행동했다.
즉, 결과를 예견했음에도 멈추지 않았을 때 미필적 고의가 성립합니다.
재판부는 왜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나?
A씨가 한 행동은 단순히 실수로 보기 어려웠습니다. 재판부는 그가 아이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임을 충분히 인식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 아이는 “꺼내 달라”고 울부짖었습니다.
- 옆에 있던 사범도 “위험하다”고 말했습니다.
- 그러나 A씨는 27분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고, 아이는 결국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실려갔습니다.
뿐만 아니라, 과거 두 달 동안 140회 이상 상습적인 학대를 한 정황이 포렌식을 통해 드러났습니다. 죽을 수 있다는 인식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기에, 법원은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태도로 본 것입니다.
“죽이려고 한 건 아니다”는 말, 왜 설득력이 없을까?
이 사건은 중요한 시사점을 남깁니다.
고의가 없다는 말만으로는,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특히, 반복된 학대와 방치가 있는 경우, 법은 ‘고의적 살인에 준하는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아동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그만큼 가해자의 인식과 행동의 책임은 더 무겁게 다뤄집니다.
‘미필적 고의’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우리는 종종 누군가를 해치려던 건 아니었다고 말하며 변명을 합니다.
그러나 법은 묻습니다.
“그 결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몰랐는가?
아니면, 알면서도 무시했는가?”
두 번째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게 되는 순간, 그 행위는 범죄가 되고, 미필적 고의가 성립합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우리 사회가 아동의 생명과 안전을 어디까지 보호할 수 있는가를 되묻는 강력한 신호탄입니다. 안타깝게 사그라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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